영화 / / 2022. 12. 23. 16:37

<겨울영화추천-01>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뭐하나. [러브레터]

300x250

사진 - 네이버영화

감독 : 이와이 슌지
출연 : 나카야마 미호, 사카이 미키, 카시와바라 타카시

 

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이 영화, [러브레터]를 모를 방법이 있을까?

'나카야마 미호'라는 이름은 모를지언정, 하얀 눈 밭에서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던,

전설의 장면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최근 [러브레터]가 극장에 재개봉 했다.

1999년 첫 개봉 이후, 무려 23년만의 일이다.

 

 

 

[줄거리]

하얗게 눈이 내린 산 속. 이츠키의 추도식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아직도 어제 일 같은 그 일'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또 어떤 사람은 그 날 벌어진 일에 대한 죄책감으로 근신을 하고 있다고도 한다. 이츠키의 아버지는 손님을 맞이하며 분주하지만 이츠키의 어머니는 이런저러한 상황들이 성가시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서 쉬고 싶을 뿐.

이츠키의 연인이었던 히로키는 그런 이츠키의 엄마와 죽은 전 남자친구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우연히, 이츠키가 중학교 시절 살았던 곳의 주소를 알게 된다. 이제는 국도가 되어버려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주소를, 히로키는 뭐에 홀린 사람처럼 팔뚝에 메모해 돌아온다.

일상으로 돌아온 히로키는 '천국으로 보내는 편지'의 느낌으로 그에게 편지를 써서 보낸다. 어차피 없는 사람, 없는 주소이니 답장이 올 리 없지만, 히로키에게는 전 연인에 대한 일종의 '추모' 혹은 '애도'였으리라. 그런데 이게 웬걸? 답장이 온다! 그것도 '후지이 이츠키'. 자신의 전 남자친구 이름으로부터!!

사진 - 네이버영화

 

[전개]

일면식도 없는 두 여자는 이츠키를 추모하며 편지를 주고 받는다. 히로키에게 편지를 보내는 쪽은 알고보니 죽은 히로키의 '동명이인' 중학교 동창이었다. 히로키는 이츠키(여차)에게 중학교 시절 이츠키(연인)에 대해 묻고, 이츠키는 감기에 걸려 골골거리면 서도 친절하게 그에 대한 기억을 하나 둘 끄집어 내어 전달해준다. (음 근데... 그저 같은 반에 이름이 같은 동급생이었을 뿐이었다는, 처음의 이츠키의 설명과는 다르게... 둘 사이에 추억들이 좀 많은데...?ㅋㅋㅋ)

역시나. 편지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히로키는 이츠키가 자신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고백했던 이유가 동명이인의 '이츠키' 때문이었음을 알게된다. 두 사람은 사실 너무나도 닮은 외모를 가졌던 것. '결혼하자'는 말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남자가 '첫눈에 반했다'고 말했을 정도라면, 유년시절 이츠키에게 또 다른 이츠키가 얼마나 큰 존재였을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예를들면 이츠키가 육상 때 달렸던 운동장을 찍어보내달라는 등...) 이츠키의 기억을 요구하는 히로키. 그런 히로키가 귀찮은법도 하지만 이츠키는 순순히 그녀의 요구를 다 들어준다. 그녀 역시 아버지에 대한 '상실의 기억'이 있기 때문에.

 

[결말]

영화가 늘 그래야 하듯, 두 사람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설원에서 한바탕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던 히로키는 이츠키가 아닌, 지금 현재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남자와 함께 하기로 하고 (아마도) 심한 열병을 앓은 이츠키는 가족의 도움으로 말끔하게 회복한다. 그러니까 병원 좀 가지. 물론 아버지를 잃은 기억 때문에 이츠키가 병원을 키피하게 됐다고 생각은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제일 속 터지던 부분. 그리고 모교의 도서반 학생들이 전해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을 통해, 과거 이츠키(남자)가 자신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알게 된다.

 

[감상]

시간이 머물지 않고 계속 흘러가는 이유는 아마도, '보내주라'는 의미일 것이다. 인상깊었던 시간을 우리는 '기억'혹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간직하고 살지만, 굳이 그것에 대해 파고 들었을 때, '더 큰 기쁨' 보다는 '상처'가 기다리고 있을 확률이 너무 크다. 그래서 나는 '히로키'의 마음엔 크게 공감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편지를 보내면서 또 다른 사람의 존재를 알게되고, 그렇게 되면서 내 연인이 나에게 반했던 이유(결코 달갑지 않은)를 알게 되고... 그 과정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기도 한다.

애도의 기간은 분명 필요하다. 사람이든 시간이든. 하지만 일정시간이 지났을 때엔 훌훌 털고 보내주자. 돌아가서 굳이 파내고 재촉하며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고.

한 사람을 통한 두 여자의 시간여행과 아름다운 애도. 그리고 그 겨울의 풍경. 그것만으로 충분히 충분한 영화.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