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 2023. 1. 2. 22:55

엄마 왜 나를 죽이려고 했어?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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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네이버 영화

Title :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2022)

Director : 김세인

Cast : 임지호 양말복 외

 

2023년 첫 영화 치고는 암울했다. 하필 2022년 12월 31일 이동진 평론가가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말았다. 독립영화들은 항상 이런식으로 얻어걸리고, 압도된다.

 

줄거리

둘 사이의 증오만큼이나 켜켜이 쌓인 짐들로 가득한 좁은 집 안에서 수경, 이정은 살아간다.

남들은 세상에서 제일 좋고, 나이 들면 둘도 없는 사이가 되는 게 '모녀'관계라지만,

엄마 수경과 딸 이정과의 관계는 좀 다르다. 

안 싸우면 다행이지.

그 자체이다.

여느날과 다름없이 싸운 두 사람. 수경은 주차장에 주차된 차를 출발 시키다가 이정을 덮친다.

이 사고로 이정은 큰 부상을 입게 되고, '급발진 사고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소견을 듣게 된 이정은

안 그래도 미워 죽겠고 서운해 죽겠는 엄마에 대한 분노가 점점 더 커진다.

'사과해' 라고 말하지만 묵묵부답인 수경.

 

 

수경은 이정이 자신을 싫어하거나 말거나 관심없다.

그녀의 관심은 오로지 남자친구 '종열'을 향해 있다.

종열과의 새출발만을 꿈꾸는 수경은, 살면서 이정의 졸업식엔 한 번 가본 적이 없으면서,

생면부지 종열의 딸 졸업식엔 곱게 차려입고 참석해서 화목한 가정인 양 사진도 찍는다.

종열과의 결혼을 앞두고 선심쓰는 척 이정에게 화해의 제스쳐를 취해보지만,

이미 마음이 닫힐대로 닫힌 이정에게 먹힐 리 없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하루하루 서로를 더 미워하고, 증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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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이정만 보면 분노가 차오른다.

저거저거 딸이라고 키워놨더니 다 지 혼자 큰 건 줄 알지만, 세상 어이없다.

니가 4kg도 안 되는 몸으로 태어났을 때 난 40kg도 안 됐었다고.

힘드니까 투정좀 부리는건데, 그걸 이해 못 해주고 매일 사과해라 뭐해라.

너만 아니었으면 나도 진작에 좋은 남자 만나서 새 출발 했어.

억울하면 너도 딸 낳아서 화풀이 하든가.

 

이정

엄마는 나를 낳아놓기만 하면 그만인가?

나를 낳아준 사람이라면 나에게 그 어떤 상처를 줘도 되는 건가?

그럼? 그럼 내 상처는 어떻게 하는데?

수경의 마음 속엔 하소연할 것 투성이고 이정의 마음속엔 의문만 가득하다.

두 사람은 상처주고 밀어내며 멀어지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발버둥치면 칠수록 오롯이 둘만 남겨진다.

결국 남자친구 종열에게 '최우선'이 되지 못한 수경은 쓸쓸히 집 않으로 돌아오고,

처음으로 마음의 문을 연 친구에게 외면당한 이정 역시 캄캄한 짐으로 돌아와 엄마와 마주한다.

 

넌 왜 자라지를 않아?

수경이 지속적으로, 지겹도록 '사과를 요구'하는 이정에게 하는 말이지만,

결국 이 영화가 두 모녀에게 하는 말이다.

 

두 사람. 도대체 왜 어른이 되지 못했어요?

갖은 희생과 고초를 겪어내며 딸을 키워낸 엄마인 척 해도 수경은 결국,

남자를 사로잡기 위해 코트 속에 야릇한 속옷을 챙겨입는 정도의 수준이다.

자신이 1번이 아님을 알았을 때, 그 서운함과 상실감을 애써 감출 줄도 모르 채

연인과 딸이 떠난 후 홀로 집에 남겨져 리코더나 불고 앉아있는, 참 어린 어른이다.

이정도 다르지 못하다.

철없는 날라리 없마 옆에서 수발든 딸이라고 누구는 말할지 모르지만,

어릴적부처 축적된 상처와 주눅듦은 이정을 그저 그 자리에 매몰시켰다.

자신의 속옷 사이즈도 모르면서 고작 어른 흉내를 낸다는 게 화장실에 숨어 담배 피우기 이고,

어렵게 생긴 친구, 인간관계를 이어나가는 법도 모른다. 집착만이 그녀가 아는 전부다.

 

왜 같은 속옷을 입었을까?

사실 이게 제일 의문이다. 아니 20대 딸과 50대~60대 엄마가 어떻게 같은 속옷을 입어?

애초에 분리되었어야 할 둘은 분리되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수경과 이정은 종열이 보내준 코트를 가지고도 싸운다.)

엄마는 엄마로서, 딸은 딸로서 살아가고 앞으로 나아갔어야 했는데,

증오와 미움이라는 끈적끈적한 접착제가 그 둘을 부둥켜 안고 헤어지지도 못한채 미워하게만 했다.

(사실 딸의 생리도 친절하게 설명 못해주던 수경이, 딸을 위한 속옷을 준비해주었을리는 만무했을 것이다.)

 

영화는 이제 자신의 속옷을 고르는 이정의 모습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그렇게 원했던, 기다렸던 자신만의 길 앞에 선 것이다.

 

결국 결론은 또 하나다.

사랑받은 사람만이 사랑할 줄 안다.

이런 뻔한 결론은 참 싫지만, 이런 뻔한 이야기를 새로운 그릇에 담은 이 영화는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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