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정말 오묘하다.
각본과 연출, 배우들의 연기만 있을 뿐인데 (그 어떤 효과, BGM도 없다)
보는 사람을 숨 막히게 만든다.
이민 문제로 별거하게 된 씨민, 나데르 부부.
씨민은 헤어지는 순간까지 '남편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만큼, 두 사람 사이에 악감정은 없다. 하지만 헤어져야 한다.
씨민은 딸의 교육 문제로 이민을 원하고,
나데르는 치매 아버지 때문에 이민을 갈 수 없다고 완강하게 버티는 것이다.
나데르는 그 정도로 효성이 지극한 남자다.
아내와 딸을 버릴 수 일을 정도로 아버지에 대한 책임감이 막중한 것이다.
이런 캐릭터를 처음부터 관객에게 제시함으로써,
감독은 나데르에 대한 신뢰를 관객들로부터 유도한다. 어떤 의심도 할 수 없도록.
오히려 그런 남편과 시부를 두고 떠나려는 아내 씨민이 이기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영화가 전개됨과 동시에 관객이 인물들에게 가졌던
첫번째 이미지들은 무참히 깨지게 된다.
"나빴던 사람이 착했고, 착했던 사람이 오히려 나빴다..."
와 같은 이분법이라면 차라리 쉽겠다.
그냥 드는 생각은, '사람 참 알 수가 없다' 이다.
씨민은 딸을 위해 남편을 포기하고,
나데르는 아버지를 위해 아내를 포기한다.
사람이 어떠한 선택을 하고 그것을 지키겠다 마음먹은 이상,
분명 어떠한 하나는 포기하게 되어있는데
이 영화에선 그게 바로 딸 '테르메' 아니었을까.
부부가 모두 딸을 사랑하고 이 모든 것을 딸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결국 그 참혹한 과정을 모두 지켜보는 것 역시 테르메이다.
(이러한 입장을 가정부의 딸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런 인간의 내면을 그다지 신선하거나 획기적인 사건이 아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들로 새로운 접근을 한 감독의 역량이 놀라울 뿐이다.
영화의 제목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지만 사실 이 제목은 영화의 발단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가 끝날 무렵엔 이미, 둘이 다시 재결합 하고말고의 문제를 넘어선다.
그게 참 묘하고 아이러니 하다.
결말부의 선택을 딸에게 준 것으로 열린 결말을 택한 점은 다소 아쉽지만..
(궁금하다고!!!!)
![](https://t1.daumcdn.net/keditor/emoticon/friends1/large/015.gif)
이 영화가 주는 커다란 울림을 깎아낼 정도는 아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왜 나를 죽이려고 했어?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0) | 2023.01.02 |
---|---|
싸움을 위한 싸움 [나의사랑, 나의신부] (0) | 2023.01.01 |
<겨울영화추천-01>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뭐하나. [러브레터] (0) | 2022.12.23 |
'유해진왕'에서부터 결말예측 가능 [올빼미] (0) | 2022.12.17 |
이토록 숨막히는 롱테이크 영화 [몸 값] (0) | 2022.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