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 2022. 11. 2. 23:37

이토록 숨막히는 롱테이크 영화 [몸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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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다음영화

몸값 (Bargain) 2015 / 러닝타임 14분

감독 : 이충현

출연 : 이주영 박형수

 

2022년 10월 28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몸 값]이 공개되었다.

전종서, 진선규, 장률이 출연한 이 드라마가 공개됨에 따라, 

드라마의 원작인 영화 [몸 값]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33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비롯해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심상치 않은 첫 장면을 시작으로 해서 '압도적'인 몰입도를 자랑한다.

 

사진출처 - 다음영화

제작년도인 2015년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직접적이고 올드한 오프닝이다.

마치 1960년에 개봉한, 그로테스크와 기호학의 장인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떠올리게 한다.

(아래, 하녀 오프닝 참고)

한 여고생(주영)이 허름한 모텔방 안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담배를 맛깔나게 피우면서.

잠시 후, 도착한 남자(형수). 그는 주변에 은행이 없어서 늦었다며 거듭 미안해 한다.

이 때부터 두 사람이 무슨 의도로 만났는지 대략 각이 나온다.

사진출처 - 다음영화

"키가 진짜 크시네요? 나중에 모델 해도 되겠다"

"아저씨도 멋있어요~" 라며 소파에 앉아 겉핥기 대화를 하던 두 사람.

 

"개인적으로 피가 좀 났으면 좋겠거든"

 

이라는 형수의 말로 두 사람의 대화는 본론에 돌입한다.

형수는 성매매, 그것도 경험이 없는 미성년자와의 관계를 위해

현금 백만원을 들고 모텔을 찾았던 것.

 

형수는 저급한 요구를 하는 것에 비해 상당히 정중하고 자상한 태도로 대화를 시작하지만,

중학교 시절 담임의 성추행으로 처녀막은 손상되었을 것이라는 주영의 말에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주영이 가짜 고등학생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자

형수는 그만 이성의 끈을 놓고 무지막지한,

어디서 들어보기도 힘들 욕을 퍼붓기 시작한다.

 

"웃으면 그 입을 찢어서 걸레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자상한 멘트도 잊지 않는 스윗남 형수.

단 둘이 있는 공간에서, 극도로 흥분한 남자를 보면 겁을 먹을 법도 한데,

주영은 이상하게 여유가 있다. 

 

형수는 주영의 몸값을 다시 제시한다. 원래 약속한 금액은 100만원이었지만,

'너는 처녀가 아니고 나는 너한테 속아서 가평까지 왔으므로 7만원에 해야겠다'는 것.

무려 93퍼센트나 할인된 금액이지만... 주영은 열받아서 방방 뛰는 형수에게

'그러겠다'는 약속을 하며 그를 화장실로 들려보낸다.

그리고 미성년자를 관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또 다른 남성과의 접촉을 위해 모텔방을 나선다.

 

여기까지만 보면 형수의 승리같다.

100만원을 몸값으로 가져와서, 단 돈 7만원에 디스카운트 했으니까.

하지만, 주영이 객실을 나와 여관의 복도를 지나고 계단을 지나 외부로 나가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아래 스포주의***

 

 

옥상처럼 보이는 외부 공간에는,

포주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과 더불어, 주영과 같은 차림을 한 여자들이 족히 수십은 더 존재한다.

이쯤 돼서, 보는 사람은 생각한다.

'아, 주영은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집단 성매매 조직의 일원이구나'

 

하지만, 영화 [몸 값]은 이것보다 더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다.

주영이 속한 조직은 단순 성매매 조직이 아닌,

수많은 경매꾼들들 불러다 산 사람을 세워놓고 몸값을 흥정하는 '장기매매 조직'이였던 것.

 

좁은 욕실에서, 자신이 신고온 빨간 양말을 입에 재갈로 물린 채로,

나체에 매직으로 부위별 그림이 그려지는 형수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압도적이다.

 

이 영화는 우직할 정도로 '롱테이크' 기법을 사용하는데,

보통 이렇게 긴장감을 조성하고 호흡이 빠른 스릴러 장르 영화에서는

수 많은 컷을 붙이고 붙이는 연출이 더 일반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주인공만을 집요하게 따라가는 이 롱테이크덕후 영화 [몸 값]은

(시나리오상 씬이 하나인 채로 장소의 이동만 있다)

내가 흡사 주영의 뒤를 밟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과 거기에 따른 긴장감을 준다. (숨이 막힌다)

 

현재 나는 티빙 오리지널의 드라마 [몸 값]을 2화까지 본 상태인데,

영화 [몸 값] = 드라마 [몸 값] 1화이다. 즉, 2화부터는 장편화 하기 위해 살이 붙은 내용이라는 것.

이 영화를 흥미롭게 보았다면, 드라마 [몸 값]의 1화를 보는 것을 정말 강력 추천한다. (2화 이후는 선택사항).

대사와 연출방식 모두 같은데, 재미를 위한 대사들이 더 있고, 장소의 변화가 조금 있다.

 

또한, 이 영화 [몸 값]의 주연배우 이주영와 박형수가 드라마 [몸 값]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하는 것도,

영화와 드라마를 같이 접하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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