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 2022. 11. 4. 13:06

이분법이라면 차라리 쉽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300x250

이 영화는 정말 오묘하다.

각본과 연출, 배우들의 연기만 있을 뿐인데 (그 어떤 효과, BGM도 없다)

보는 사람을 숨 막히게 만든다.

 

이민 문제로 별거하게 된 씨민, 나데르 부부.

씨민은 헤어지는 순간까지 '남편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만큼, 두 사람 사이에 악감정은 없다. 하지만 헤어져야 한다.

씨민은 딸의 교육 문제로 이민을 원하고,

나데르는 치매 아버지 때문에 이민을 갈 수 없다고 완강하게 버티는 것이다.

 

나데르는 그 정도로 효성이 지극한 남자다.

아내와 딸을 버릴 수 일을 정도로 아버지에 대한 책임감이 막중한 것이다.

이런 캐릭터를 처음부터 관객에게 제시함으로써,

감독은 나데르에 대한 신뢰를 관객들로부터 유도한다. 어떤 의심도 할 수 없도록.

오히려 그런 남편과 시부를 두고 떠나려는 아내 씨민이 이기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영화가 전개됨과 동시에 관객이 인물들에게 가졌던

첫번째 이미지들은 무참히 깨지게 된다.

 

 

"나빴던 사람이 착했고, 착했던 사람이 오히려 나빴다..."

와 같은 이분법이라면 차라리 쉽겠다.

그냥 드는 생각은, '사람 참 알 수가 없다' 이다.

 

씨민은 딸을 위해 남편을 포기하고,

나데르는 아버지를 위해 아내를 포기한다.

사람이 어떠한 선택을 하고 그것을 지키겠다 마음먹은 이상,

분명 어떠한 하나는 포기하게 되어있는데

 

이 영화에선 그게 바로 딸 '테르메' 아니었을까.

부부가 모두 딸을 사랑하고 이 모든 것을 딸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결국 그 참혹한 과정을 모두 지켜보는 것 역시 테르메이다.

(이러한 입장을 가정부의 딸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런 인간의 내면을 그다지 신선하거나 획기적인 사건이 아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들로 새로운 접근을 한 감독의 역량이 놀라울 뿐이다.

 

영화의 제목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지만 사실 이 제목은 영화의 발단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가 끝날 무렵엔 이미, 둘이 다시 재결합 하고말고의 문제를 넘어선다.

그게 참 묘하고 아이러니 하다.

 

결말부의 선택을 딸에게 준 것으로 열린 결말을 택한 점은 다소 아쉽지만..

(궁금하다고!!!!)

 

이 영화가 주는 커다란 울림을 깎아낼 정도는 아니다.

 

사진출처 - 씨네21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